0. 프롤로그

마흔이 넘은 직장인들이 친구들을 만나서 술 한잔 하다 보면 재테크 이야기가 안 빠질 수가 없다.

 

다들 어렸을 적 막연하게 생각만 했던 돈의 위력이 생각보다 강하게 우리들의 삶에 파고들어 우리들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다니는 직장인 흙수저가 서울에서 태어나서 서울에 아파트를 자력으로 구하기는 힘들다.

 

사회생활을 월세 또는 전세로 시작해서 열심히 살아도 서울 아파트 가격은 20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터무니없이 비쌌고 빌라나 입지가 매우 안 좋은 아파트와 타협하지를 못했다면 결국은 수도권으로 빠지게 되어 있다. 일종의 국룰이라 할 수 있다.

 

나 역시 같은 길을 걸어왔고, 수도권에 살지만 여전히 집값은 절반 이상은 은행의 것이다.

 

유명한 행복한 OOO나 월급쟁이 OOO 카페에 가보면 악착같이 돈을 모아서 성공한 케이스들도 있고 해서, 비싼 수업료를 내고 동영상 강의도 들어봤지만, 내가 아직 덜 배고파서 그런지 그분들의 그러한 열정을 따라갈 수가 없다.

 

30대에는 전 세계 사람들을 코인의 바다로 향하게 만들었던 나카모토 사토시를 따라서 아무런 지식도 없이 용감하게 착실히 내고 있던 보험도 깨서 코인의 바다에 배를 띄우기도 했었다. 나는 이 세계에서도 루피도, 루피 친구들도 아닌 위대한 영웅들을 위한 라이벌도 아닌 만화책의 한 컷에 비중 없이 나왔다 사라지는 엑스트라 1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결국 직장인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열심히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직장생활의 끝도 저 멀리 실루엣으로 보이고 있으며 결승점에서 멋지게 피날레를 장식하며 은퇴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뭔가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

 

이렇다 보니, 마흔이 넘은 직장인들이 만나서 술잔을 기울이면 재테크이야기가 안 나올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직장 생활이 고착화되어 돈 버는 생각에 대해 유연성이 떨어질 때로 떨어졌기 때문에 재테크는 부동산, 주식, 코인으로 압축이 되고 그중에서 가장 접근성이 좋은 주식, 코인으로 수년간 모아 왔던 돈을 날리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동병상련의 아픔을 나누고 혹시라도 모를 번뜩이는 아이디어라도 얻고자 직장 내에서 친한 친구들과 또는 어렸을 적부터 친했던 친구들과 궁상을 떨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 블로그 광고, 주말 대리, 주말 자전거 배달 등 이미 대한민국 세상에는 다양한 N잡러들을 위한 일거리가 있었고 쉬운 일은 없었다.

 

술기운 때문이었을까? 어쩌다 보니 테이블에 덩그러니 혼자 남게 되었는데 달리 할 게 없다 보니 휴대폰을 열게 되었다. 그리고 당신 근처의 OO과 유사한 ‘타운카’ 광고를 보게 되었다.

 

놀고 있는 내 차를 동네 주민에게 빌려주고 돈을 받는 서비스였다. 운전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주말에 가끔씩만 차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나 같은 사람에게는 매우 좋은 소일거리로 보였다.

 

이윽고 테이블이 다시 찼고 친구들에게 ‘타운카’를 물어봤으나, 해당 서비스를 아는 사람도 없었고 다들 차를 애지중지하는 사람들이라 별 관심은 없었다. 우리는 그렇게 술과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밤에도 시끄러운 매미 소리를 뒤로 한 채 아내가 화가 안 날 시간을 아슬아슬하게 지켜내며 귀가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