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라면 누구나 중간고사를 보게 될 것이다.
나도 명색이 대학원생이라 거의 이십 년 만에 중간고사를 보게 되었다.
대학생 시절과 마찬가지로 중간고사는 교수 재량에 따라 과제로 대체하기도 하고 정해진 시간에 강의실에 모여서 엄숙하게 교수가 출제한 문제에 대해 답을 쓰기도 한다.
나는 총 다섯 과목을 수강 신청했기 때문에 다섯 개의 중간고사가 기다리고 있었지만, 과제 발표 및 제출로 대체되어 1 과목만 중간고사를 보면 되었다.
동기 분들 중에는 잘 나가는 대기업을 다니시는 분들이 많은데 곧 은퇴를 하시거나 은퇴가 머지않은 분들이 대다수다. 회사를 운영하시거나 개인 사업을 하시는 분들도 있으신데 이 분들의 연령대가 대기업 분들보다 젊다. 그리고 나처럼 중소기업을 다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내 나이가 사십 대 중반이지만 여기서는 거의 막내뻘이라 그런지 연세가 좀 있으신 동기 분들께서는 내가 과제를 주도적으로 방향을 잡아 주기를 원했다. 그래서 과제 발표 시에도 먼저 준비한 자료를 단톡방에 올려 아이디어를 찾게 끔 도와드렸더니 소싯적 공부했던 에너지와 그동안의 문서 작성 노하우로 나보다 더 멋진 자료를 준비하여 발표를 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사실, 오십 줄이 훌쩍 넘은 나이에 대학원까지 올 열정이 그냥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동기 분들 중 한 분은 직장 생활을 30년 가까이하시면서 자격증만 13개인데 대학원을 다니면서도 자격증 공부를 또 하고 계신 분도 있다. 대단한 분들이다.
나는 이분들의 열정에 감탄하며,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저 많은 자격증을 가지고도 여전히 직장 생활을 하는 것으로 봐서 과연 은퇴 후에 제대로 써먹을 수 있을까?’라는 불순한 생각도 든다.
여하튼 중간고사를 보게 되었는데 시험은 요즘 유행하는 생성형 AI를 이용하여 문제에 대한 답을 도출해 시험지에 서술하는 방식인데 좀 독특하긴 했다.
차라리 과제가 더 힘들었다. 주말을 통째로 반납하고 해당 주제에 대한 자료를 찾고, 읽고, 요약해서 PPT로 만드는데 대학 시절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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