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짝할 새다.
기말고사가 있었지만 시험을 보거나 과제나 발표로 대체되는 등 중간고사와 비슷했다. 아무래도 특수 대학원이라 그런지 대학 시절 만큼 시험이나 과제가 어렵지 않았고 공부해야 할 양도 많지 않았다. (사실 파고들면 스스로 공부해야 할 것이 엄청나게 많은데 그렇게까지 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 시키는 것만 해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또한, 나이를 먹고 뻔뻔해져서 그런지 원우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 역시 부담스럽지 않았다.

주중 수업 및 토요일 수업 그리고 과제, 시험을 위해 하루에 몇 시간씩 투자해 공부를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사실 이 부분은 마음가짐이 꽤 중요하게 작용한 것 같다. 인터넷 검색엔진을 통해 직장인 분들의 대학원에 다니는 이야기들을 찾아보면 불규칙한 식사, 주말 반납, 퇴근 눈치 등으로 힘들었다고 하는데 나 역시 같은 경험을 했지만, ‘학교 가는 것이 즐겁다’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반복하다 보니 그렇게 크게 힘들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물론 수요일 야간 4교시 후 거의 2시간이나 걸리는 퇴근길은 꽤 힘들었기 때문에 다음 학기부터는 토요일에 8시간을 들어서 주중은 2시간만 수업을 들을 예정이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석사학위 취득은 가능할 것 같다. 그러나 이 석사학위가 내 인생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아직은 모르겠다.

몇 가지 느낀 점을 적자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돈을 버는 방법이 직장생활을 통한 월급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동기 분들 중에는 사업을 운영하시거나 전문직에 종사하시거나 하는 분들이 계신데 나이와 무관하게 대단하신 분들이다. 이 분들을 보면 꼭 직장생활에 목숨을 걸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아주 가끔은 든다.
두 번째로는 열정이다. 동기 형님들이나 누님들을 보면 대학원을 들어오기 전부터 각종 자격증 공부를 꾸준히 하신 분들이 많다. 그리고 정년퇴직이 얼마 안 남은 형님들 역시 공부에 대한 열정이 뜨거우시다. 나 역시 직장생활을 거의 20년을 했지만 그분들과 비교하면 술로 인생을 낭비한 것 같아 부끄러울 따름이다.
마지막으로는 교수들이 학생 눈치를 본다는 것이다. 대학원들도 학생수는 줄고 있고 등록금은 올리기 어렵기 때문에 비상경영체제인 것이다. 교수들도 직장인들이기 때문에 성과가 중요하고 교내 정치도 중요하다. 비정규직 교수들의 경우 학생들의 평가가 좋지 않으면 자리가 위험하다. (한 학기를 마치게 되면 대학원생들은 본인들이 들었던 과목의 교수들을 평가할 수 있다. 사회경험이 부족한 대학생이나 갓 대학원생이 된 젊은이들과 다르게 사회경험이 풍부한 우리들은 날카롭게 벼려진 칼처럼 냉정하게 평가를 한다.)

이제 방학이 시작된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의 특성상 대학원 다니는 것을 떠벌리고 다닐 수가 없다. 어떤 학과는 중소기업을 다니는 직장인들이 정부에서 지원금을 받아 대학원을 다닐 수 있다고 하는데 나로서는 엄두를 못 내는 일이다. 늦은 나이에, 회사 일도 바쁜데 대학원을 다녀야 한다고 인사팀을 찾아가게 된다면, 윗 선에서 곱지 않은 눈으로 나를 볼 것이다. 언제 어떻게 부메랑이 되어 나의 직장생활을 방해할지 알 수가 없다. 차라리 내 돈 내고 몰래 다니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적어도 방학 기간 만큼은 직장생활에 더 전념하여 대학원을 다니기 전과 같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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