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질전화 (量質轉化)
양적인 지식이 축척이 되면 질적인 도약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어느 한 교수님이 수업 시간에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아마 박사과정을 권유를 하시다가 나온 말이었을 것이다.
“Ph.D를 풀어쓰면, Philosophy of Doctor 란 뜻으로 어떤 한 분야에서 학문적인 수준이 정점에 도달하여 타인을 가르칠 수 있는 충분한 수준이 되는 학자를 뜻합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선생님들의 머리가 한 번은 트여야 합니다. 즉, 그 분야에 대한 연구는 기본이고 수많은 토론, 토의 세미나 등을 통하여 본인의 지식을 타인과 교류하고 고도화시키다 보면 어느 순간, 머릿속에서 팡! 하고 지식이 트이게 되는데 이것을 양질전화라고 합니다. 박사가 되려면 이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며, 여러분들도 할 수 있습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아마 이렇게 말씀하셨던 것 같다.
한국의 사회에서 직장인들은 발전해 가는 의학 기술 덕분에 인간의 평균 수명은 나날이 늘어가고 가고 있으나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직장생활의 수명은 점점 줄고 있다. 중소기업에서 사십 대 중반 정도에 이르면 대부분은 평사원의 정점인 부장 자리에 앉아 있을 것이고 정년 은퇴보다 만년 부장으로 빠른 퇴직이 더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대기업만큼은 아니겠지만 중소기업 역시 임원을 달기 위해서는 사내 정치부터 성과까지 경쟁자보다 앞서 나아가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 냉정하게 보자면 대부분의 중소기업 직장인들 역시 임원을 다는 것보다는 만년 부장으로 직장생활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기업도 사이클을 타기 때문에 잘 나갈 때는 문제가 안 되겠지만 경영이 어려워지기 시작하면 고정비를 줄이는 것이 최우선이므로 높은 급여를 받는 만년 부장들이 제 일의 우선순위가 된다. 그렇게 퇴직 후 본인이 다녔던 회사보다 더 작은 회사에서 더 적은 연봉으로 무늬만 임원으로 몇 년 다니다 보면 그야말로 은퇴보다 빠른 직장생활의 끝을 마주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끝은 치킨집*이리라.
*치킨집: 치킨집을 하시는 자영업자분들을 무시하는 말이 아니라 갈 곳 없는 직장인들이 그간 모은 퇴직금과 대출을 받아 빠르게 차리고 빠르게 망하는 자영업을 대표하는 단어라 생각해 주시기 바란다.
중장년층이 특수 대학원을 다니는 이유는 이러한 뻔히 보이는 삶으로 빨려 들어가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남들 다 하는 주식, 코인은 접근은 쉽지만 직장생활 보다 더 불안하고 심지어 내 인생을 바쳐 모은 돈도 모래성처럼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 부동산을 하자니 돈의 단위가 너무 커서 종잣돈을 마련하기가 힘들다. N잡의 대표 격인 온라인 스토어 점주들 역시 어두운 밤을 밝히는 가로등을 향해 돌진하는 곤충무리들과 무엇이 다를 것인가? 나 역시도 무작정 덤벼들었다가 실패의 쓴 맛을 봤다.
아무튼 중장년층에게는 안 좋은 쪽으로 어떤 일이 갑작스럽게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시기이다. 어떤 이유든 회사에서 갑작스레 해고 통지를 받거나, 잘 생존해서 은퇴가 코앞이지만 자식들 때문에 은퇴 이후에도 돈을 벌어야 한다거나 말이다. 그래서 만약을 대비해서 또는 갑작스러운 이변이 일어나도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기 계발이 필수적이고 여러 자격증을 따더라도 결국은 더 인정해 주는 석박사의 길로 오게 된다. 그러나 고급 일자리는 한정적이고 많은 중장년층이 자격증과 석사로 무장을 하기 때문에 이제는 나이 많은 초보 박사들도 많아지고 있다. 이른바 장롱박사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는 양질전화가 필요하다. 도사가 득도를 하듯, 스님이 깨달음을 얻듯, 과학자가 유레카를 외치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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